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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서기록] <조그맣게 살 거야>
    읽다 2020. 9. 14. 11:54

    <조그맣게 살 거야> 진민영 지음

     

    읽은 날짜 20200902

     

    한창 미니멀리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을 때다. 대학교 4학년 마지막 학기, 다시 돌아온 학교 기숙사에서 나의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해보기로 했다. 한눈에 봐도 적은 나의 이삿짐을 보고 놀라 룸메이트가 묻는다. "우와 언니, 짐이 이게 다예요?" 내심 뿌듯함을 느끼며 가벼운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한다. 사실 그 당시에도 짐을 더 줄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가벼운 나의 짐을 보며 놀라는 룸메이트를 보니 기분이 좋았다.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짐을 줄이면 이렇게나 가벼울 수 있구나!' 미니멀리즘이라는 삶의 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은 뒤, 삶에는 정해진 형태가 없으며 충분히 나의 힘으로 바꿔나갈 수 있다는 긍정적인 가치관이 생겼다.

     

    짐을 정리하고 다시 학교 생활이 익숙해질 즈음, 학교 도서관에서 재미난 책이 없나 알짱거리다 진민영 작가의 책을 처음 만났다. <단순하게 사니, 참 좋다> 책 제목부터 공감을 느끼며 집어 든다. 별거 없지만 특별한 일상 속에서 자신의 가치관을 하나하나 내보이는 수필의 매력에 감탄했다. 아무것도 없어도,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해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읽기를 즐기게 된 후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작가였다. 작가와 친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오랜만에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책을 읽고 싶어 졌다. 자주 이용하는 도서관에서 진민영 작가의 책을 찾아 대출 신청을 해놓았다. 요새는 시국이 시국인지라 도서관도 이용할 수 없고, 책도 비대면으로 빌리는 형식이다. 조금은 귀찮지만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가는 길은 언제나 기분이 좋다. <조그맣게 살 거야> 책 제목과 표지부터 느껴지는 단순함에 한껏 기대가 되었다. 하루 할 일을 모두 끝내고 푹신한 등 베개에 기대 책을 펼쳤다.

     

    흔히 미니멀 라이프를 그저 적은 물건만 가지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니멀리즘은 "나에게 중요한 것만 남기는 삶"이다. 군더더기를 빼고 내가 좋아하는 물건과 관계만 남기는 일이다. <조그맣게 살 거야>라는 제목에 걸맞게 미니멀리스트로서 조그맣고 단순하게 살고 싶은 작가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평범한 일상의 작은 부분부터 지구 전체에 대한 시선까지, 나를 포함한 모두의 삶을 돌아볼 수 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편하지만 행복하지는 않은) 일상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불편을 겪고 있는 누군가가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 미니멀리즘은 언제나 나의 행복으로 시작되지만 결국은 모두의 행복으로 끝이 난다. 그 점이 참 마음에 든다.

     

    작가가 내향인으로서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작가의 이야기에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나도 한때 외향인이 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사실 내가 내향인이라는 사실을 안 지도 얼마 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과 왁자지껄 시간을 보내고 집에 와서 지쳐 쓰러져 버리는 나를 외면하고 있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내향인인 나를 외면하고 있었다. 이제는 내가 내향인이라는 것을 받아들였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그전까지는 몰랐던 책 읽기의 즐거움도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낸 뒤에 가지는, 조용한 나만의 시간이 참 좋다. 내향인으로서의 삶이 좋다.

     

    "예전에 나는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었다. 성공에 대한 집착도 많았고 인정받고 싶었고 늘 남과 비교하며 살았다. 항상 허전함을 무언가로 채우려고 했다. 하지만 정작 나를 바꾼 것은 '비움'이었다. _122쪽"

     

    대학생이 되고, 본격적으로 꾸며야겠다는 압박을 느끼던 때가 있었다. 대학 1, 2학년 때로 기억한다. 다들 그렇게 사니까, 주변에서 다 그렇게 사니까 그저 그게 맞는 줄 알았다.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을 간직한 채, 쇼핑앱을 받아서 심심할 때마다 구경하곤 했다. 수업 시간에도 구경하고, 쉬는 시간에도 구경하고, 점심시간에도 구경하고... 마음에 드는 옷이 있으면 찜 버튼을 누르며 그 옷들을 사면 내 삶이 더 행복해지겠다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행복해지지 않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옷의 대부분은 당시에 구매했던 옷이었다. 그렇게까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질은 좋지 않고 싸기만 했던 그 옷들을 보면서 계속해서 다짐한다. '나를 다른 누군가가 휘두르게 두지 않겠다.' 옷을 정리하니 그때 샀던 옷들은 대부분 살아남지 못했다. 이제 무언가를 구매할 때 나만의 기준이 나름대로 생겼다. 조금 비싼 것이라고 해도 오래도록, 소중하게 아끼며 쓸 수 있는 그런 물건들로 나의 주변을 채워가고 있다. 가벼운 몸과 정신, 하지만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살겠다는 결심은 나의 인생에서 가장 잘 한 결정이다. 앞으로도 가벼운 삶을 살 것이다. 이런 삶이 좋으니까!

     

    책에서 느껴지는 자유로움에 주변 공기가 달라진다. 이 책을 읽고 있는 순간에 누구보다 자유로운 사람이 되었다. 미니멀리즘을 접하고 시작한 지는 오래되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아직도 배울게 참 많다는 생각을 했다. 빠르지 않게, 천천히 나의 가치관으로 만들어 나가고 싶다. 처음 미니멀리즘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그리고 외부에 의해 휘둘리는 모든 '과거의 나'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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