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독서기록] <모모>, 미하엘 엔데
    읽다 2021. 6. 4. 17:12

    <모모>, 미하엘 엔데

    읽은 날짜 2021-05-02

     

    모모라는 작은 여자아이가 있다. 어느 오래된 폐허 잔해에 나타나 터를 잡은 소녀에게는 한 가지 재주가 있다. 바로 사람들의 말을 전념으로 들어주는 것. 누구에게나 있을 법하지만 누구에게나 있지 않은 그런 재주다. 소녀는 그저 귀를 기울여 들을 뿐이지만 그 어떤 행동보다도 사람들의 마음을 빠르게 열기에 충분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른들의 행동이 이상해진다. 시간을 절약해야 한다며 뭐든지 빨리빨리 처리한다. 그저 시간 아끼기에만 초점을 맞출 뿐, 온 마음을 다해 일하지도 않는다. 모모는 모든 것의 배후에는 회색 신사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마법 거북이 카시오페이아와 호라 박사를 만나게 된다.

     

    회색 신사들에게 현혹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살피고 귀 기울여줄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정성을 다할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미래의 성공과 명예를 위해 현재의 소중한 순간순간을 흘려보낸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안절부절못하지만 사실상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이런 어른들의 모습에서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더 성공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느라 온 마음을 다해 귀 기울여 들어줄 여유 하나 없다. 그러면서 인간관계를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나의 모습이 보인다. 그저 온 마음을 다해 관계하면 될 텐데, 그게 싫어서, 귀찮아서, 더 효율적인 방법은 없나 고민하고 있다....

     

    <모모>라는 소설을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이유를 알겠다. 모모와 함께 있으면 이 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겠다는 욕심이 든다. 이 소설을 읽는 순간만큼은, 모모의 친구가 되어서 시간 개념이 없던, 전혀 효율적이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욱 행복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400쪽에 가까운 페이지 하나하나에서 누구나 알지만 누구나 간과하는 교훈을 준다. 삶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에 관해 물음을 던진다. 답을 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우리는 성공과 돈 그리고 명예를 얻기 위해 인생의 소중한 장면들을 놓치고 있다. 작가의 짧은 뒷이야기에서 인상 깊은 구절이 나온다. 1970년대 소설이지만 작가는 이미 현대 사회를 예측한 것이 아닐까!

     

    이윽고 그 수수께끼 같은 여행객이 한 마디 덧붙였다. 그 말을 독자들에게 털어놓아도 괜찮으리라. "나는 이 모든 일이 이미 일어난 일인 듯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이 일이 앞으로 일어날 일인 듯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 내게는 그래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동안 자기 계발 책만 보면서 소설은 거의 보지 않았다. 현실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실질적인 정보에 관한 책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모모>를 만나면서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가상의 세계지만 현실이 치밀하게 녹아든 소설을 통해 인생을 배우는 방법, 문학의 즐거움을 알아 버렸다. 고전 소설 특유의 몽글몽글하고 아날로그적인 따뜻한 분위기를 좋아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딱딱한 교훈도 좋지만 소설이 주는 말랑말랑한 교훈에 더욱 정이 간다. 당분간 이런 고전 소설을 많이 읽게 될 거라는 느낌이 든다.

     

    모모를 보냈다. 하지만 모모를 보내지 않기로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