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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서기록] <이방인> 알베르 카뮈
    읽다 2020. 4. 16. 16:49

     

    읽은 날짜 20200416

     

    근래에는 정신을 쏙 빼놓을 정도로 집중한 책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책을 읽기는 읽지만 나와는 다른 세계에 있는 느낌이 든다. 내가 생각에 잠겨있는 나의 세계와 책 안의 세계. 갈 곳 잃은 눈은 두 세계가 단절된 것도 모른 채 그저 할 일을 해나간다. 이번 책도 문학을 읽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음 어쩌면 변명일지도 모른다.

     

    최대한 다양한 책을 읽어야 하는데 요새 시국이 시국인지라 집 근처 산 아래에 위치한 도서관이 문을 닫아서 슬프다. 자전거를 타고 꾸역꾸역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며 아무런 방해 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생각에 은근히 행복해했었다. 요란한 전화 벨소리조차 조용해지는 그 공간을 정말 마음에 들어했다. 요새는 이런 생각들을 할 때마다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이방인은 말 그대로 한 이방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뫼르소라는 인물이 어머니의 죽음 이후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표현해낸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지만 자신과 관련 없다는 듯이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친구에게 악의를 품고 있는 아랍인을 밝은 대낮의 태양 아래에서 총으로 쏴 죽인다. 그렇게 뫼르소는 자신의 일상에서 끄집어내 진다. 감옥에 갇혀 여러 번 재판을 받은 뫼르소는 결국 진솔함이라는 순수함 때문에 사형을 선고받게 된다.

     

    뫼르소는 우리가 잊고 있던 우리의 진실한 모습 그 자체다. 그리고 우리는 그를 죽인다. 작가인 알베르 카뮈는 이 소설을 통해서 반항과 죽음 그리고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인간이라면 그것이 어떠한 형태든 간에 언젠가 꼭 죽음을 맞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다가올 죽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살아간다. 솔직히 처음에는 주인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무나 무신경한 것에 열불이 났다고 해야 하나. 내가 지금까지 겪어온 무신경한 사람들이 떠올라서 짜증이 났던 것 같다. 내가 느끼기에 그는, 그들은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책을 모두 읽고 해석까지 보니 주인공에게 미운(?)정이 가고, 내가 느끼는 이방인이 이방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어떠한 사람들에게는 내가 이방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방인에는 종류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굳게 닫혀있는 사람과 활짝 열려있는 사람. 뫼르소의 경우는 너무나 활짝 열려있는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나는 이방인일까? 그렇다면 어떠한 종류의 이방인일까?

     

    내가 위에서 언급했던 나의 소소한 일상들이 갑자기 변화하는 것처럼 뫼르소의 한 순간의 선택이 평범한 일상을 깨부수는 것을 보면서 '일상이 당연하게 생각될 수 있지만 너희의 생각대로 당연한 것이 아니란다.'라고 나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요새 우리가 겪고 있는 일들과 연결되는 느낌이다. 조금은 삐걱거리더라도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하루하루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그런데 뫼르소가 아무리 진실의 수호자라고는 하지만 그러한 진실 때문에 누군가가 희생된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표현된 것이 안타까웠다. 그것도 작가가 의도한 바일까? 뫼르소에 의해 죽임을 당한 아랍인과 그의 가족이 어떤 심정일지는 중요하지 않은 듯했다. 이방인에 대한 해석도 찾아보고 철학적으로 접근도 해보고 실존주의라는 것도 찾아보기도 했다. 여러 가지 해석을 보니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게 느껴진다. 해석도 작가가 생각하는 재판처럼 우리가 정해진 역할을 수행하며 꼬리표를 다는 과정에 불과한 것이라면? 모르겠다. 머릿속이 더 복잡해진다.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던 알베르 카뮈는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한다.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존재가 한순간에 세상에서 사라질 수 있다니, 인생이 참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끈질기게 읽었던 이방인을 드디어 놓아주었다. 나의 세계에서 그는 근 한 달 동안 재판소에 있었다.

    책에 집중하지 못하면서도 은근하게 암울하면서 진솔한 책의 세계와 그의 모습에 애증이 생겼나 보다.

    이방인인 그를 만나고 싶은 그런 밤이 있었다. 모든 사람이 이방인이 되어버리는 그 시간.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그런 시간. 이방인은 이방인을 찾아가는 것인가.

     

    그럴 때마다 요번에 장만한 북 라이트를 잘 사용했다. 핸드폰 배터리가 없는 것보다 북 라이트의 불이 꺼져버리는 것이 더 야속하고 짜증도 났다. 눈이 더 나빠지지 말라는 북 라이트의 배려인가?

     

    그를 만나고 싶긴 하지만 매개체가 되는 문장을 읽기는 싫을 때도 있다. 잠이 들 때까지 그를 만나고 싶은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괜스레 책을 뒤적거리다가 머리맡에 두고 잠이 든다. 그에 대한 애증인가? 그게 아니면 나의 어리석은 욕심인가.

     

    정해진 것이 없는 이 세계는 너무 복잡하다.

    아니, 단순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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